(닷 워치 사용기 2) 새로운 일상으로의 첫 걸음, 울산에서 온 편지

초기 베타테스트에 참여해주셨던 울산에 사는 한 베타테스터께서 보내주신 수기입니다. 조금 긴 수기였지만, 사용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베타테스트로부터 세 달이 지난 지금은 한국어 점자 설명서도 있고, 더욱 다채로운 색의 밴드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손목 사이즈에 맞게 다양한 밴드 사이즈도 준비되어 있고, 착용감이 좋은 자석 밴드도 곧 출시 될 예정입니다. (자신 있게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셔도 좋아요. 훗) 

닷티스트의 피드백으로 점점 발전해가는 닷 워치를 기대해주세요!  #BetheDotist

 

(起)

대중매체 및 SNS 그리고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에서 소문이 무성했던 세계최초 점자 스마트 워치인 ‘닷 워치’의 베타테스터 모집이 이루어진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인터넷을 켜고 접수를 하였다. 내가 꼭 사용하고 싶고 잘 쓸 수 있으며 써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려 단단히 준비하였으나, 그러기엔 설문 내용이 너무 단출하여 선정 여부에 반신반의하였다. 간절함 바람이 통해서인지 선정 결과가 통보되었고 그로부터 2주쯤 뒤에,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닷 워치가 내 손목에 채워졌다.

 

(承)

점자(영어)로 도배된 고급스러운 재질의 박스에서 품격 있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꺼내어 구성품을 확인했다. 워치 본체와 충전 크레들, 그리고 설명서… 생각보다는 단출했다. 물론 무엇이 더 필요하겠냐만은 적어도 충전 어댑터, 시계 밴드 여유분을 생각한 나로선 아쉬운 것이 사실이었다. 더더욱 아쉬운 점은 베타테스트 점자설명서가 다 영어라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타사의 스마트위치를 사용해 온 나 아닌가? 내 경험을 믿으며 위치를 꺼냈다. 너무나도 가벼운 무게, 약간 큼직한 4개의 셀로 구성된 화면, 애플워치처럼 돌아가는 크라운 버튼과 그것을 중심으로 아래위로 배치된 버튼들, 딱 봐도 선택과 홈 버튼일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런데 닷 워치의 가장 큰 특징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시계 줄은 일반적 시계 줄의 형태가 아니었다. 시계 테두리 쪽으로 줄을 다시 감게끔 하여 허리끈 버클을 넣는 듯한 방식이었다. 아마 줄의 끊어짐이나 시계의 분실을 염두에 둔 디자인이 아닐까 의심될 뿐이다. 너무 아쉽다. 다양한 시계 줄로 디자인의 변화, 호환성, 안 그래도 조금 크다 느껴지는 화면에 테두리의 돌출까지… 워치의 변화가 무엇이 필요하겠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난 무조건 줄의 변화를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들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홈 버튼을 길게 눌러 워치를 작동시켰다. 약 3초 후 다라라락 셀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워치가 켜졌고 신기하게도 점자가 튀어 올라왔다. 냉큼 플레이스토어에서 ‘닷 워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가입하고 페어링까지 후다닥 해치우곤 알림 설정에 들어갔다. 무엇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설정에 알림이 모름지기 스마트 워치의 생명과 같다. 필요한 것들만 선별하여 알림을 조정하지 않으면 무수한 많은 알림 진동과 배터리 강탈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어서다.

 

(轉)

일단 매뉴얼을 꼼꼼하게 살펴본 후 ‘닷 워치’ 애플리케이션의 전체적인 구조 및 기능에 대해 파악하며 어떻게 나에게 이 워치가 쓰일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그런 도중 지잉~ 지잉~ 손목에서 진동이 느껴졌고, 습관적으로 손목을 귀에 가져다 대었다. 음성 위주의 타 스마트 워치 사용이 이미 익숙해진 탓이리라! 아니 난 점자 스마트 워치를 차고 있으니 다시 손목을 내리고 확인 버튼을 눌러 알림을 확인해 본다.

‘카카오톡’에 큰 누님이 어머님의 병원 방문기에 대해 메시지를 보내셨다. 이어서 누나들의 카톡이 쏟아졌다. 비록 4셀 밖에 되지 않아 처음에는 모음, 받침 등을 따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였으나 금세 적응하며 다소 긴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아무래도 음성으로 듣는 것보다는 점자로 읽는 것이 느려 많은 카카오톡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소리가 아닌 글로 문자를 해독한다는 설렘과 뿌듯함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였다. 손목을 들고 있지 않아 팔에 부담이 덜 가는 것은 당연지사의 장점임은 물론, 너무 청력에 의존해 왔던 생활 방식에도 조금의 변화가 있으리란 기대가 들었다.

다음날 일어날 알람을 설정해 보고 잠자리에 누웠다. 늘 소리로 듣던 알람이 손목을 간질이는 느낌으로 나의 단잠을 깨웠다. 눈을 비비고 이어 울리는 날씨 앱의 알림을 역시 점자로 확인한다. “맑음 영상 5도, 바람이 차니 감기 조심하세요” 소리로 몇 번을 확인했던 정보들을 조금 느리지만 직접 한 자 한 자 확인하는 느낌이 새로웠다. 후다닥 준비하고 시간 확인 후 집을 나섰다. 우리 집에서 직장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정확히 얼마나 될까? 이번엔 스톱워치 테스트이다. 문 앞을 나서자마자 스톱워치를 작동시킨다. 도착 후 종료 걸린 시간은 “16분 37초“ 여러 번 하다 보면 평균 시간도 나오겠지?

전화가 울린다. ‘닷 워치’에서도 진동이 울리어 수신자를 확인했다. 벨 소리와 음성이 동시에 나오거나, 비슷한 이름이 확인되거나, 혹은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있을 때 쉽게 확인하지 못하였던 발신자 정보를 정확히 확인한 후 통화도 해 보았다. 다양한 단체 톡방과 SNS 의 알림들을 일일이 점자로 다 읽어 내려가기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중요한 내용 혹은 음성으로 인지하기 힘든 내용은 점자로 확인하면서 업무, 잡담, 여가를 적당히 즐기며 오전을 흘려보냈다.

나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바로 점심시간 낮잠이다. 업무 개시 5분 전 알람을 듣고 일어났지만 몸이 무겁다. 수시로 분과 초를 확인해가며 10초 전 사무실로 복귀하였다. 초 단위로 시간을 쪼갤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흥분되고 신기하였다. 그동안 무심코 흘려보냈던 나의 수많은 초를 모았다면 나의 피로는 좀 덜하지 않았을까?

저녁 시간엔 동료들과의 간단한 술자리에서 귀로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 탁자 밑에선 손가락으로 연신 카카오톡을 확인하였다. 평소 같았으면 귀에 손목을 가져다 대는 모습에 자리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핀잔을 받았을 테지만 오늘은 자리에 충실한 동료 모드로 보였으리라아쉽다면 답장을 보낼 수 없었다는 것…

그러다 동료들이 내 손목 위에 ‘닷 워치’를 발견하였다. 점자가 툭툭 올라오는 모습에 신기해하고 감탄을 하는 등 야단법석이었다. “양초를 잘라 놓은 듯하다”란 재미있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체로 “장애인용품처럼 생기지 않았다. 예쁘다.” 등의 반응이었다. 과식한 탓에 자기 전 간단한 운동을 하였다. 이번엔 타이머 테스트이다. 10분을 맞춰 놓고 달리기, 1분을 맞춰놓고 윗몸 일으키기, 2분씩 반복적 코어 운동. 그렇게 운동을 하며 중간중간 흘러간 시간이 궁금하여 확인하면 음성을 듣느라 잠시 멈추었던 흐름이 점자 스마트 워치에 손으로만 확인이 가능하니 연속성 있는 운동이 이루어졌다. 아쉽다면, 보통 스마트워치에서 구현되는 헬스 기능이 점자로 표기된다면, 운동이 더욱 재미있을 텐데…그렇게 또 점자 스마트 워치와 함께한 하루가 흘러갔다.

 

(結)

여러 날 ‘닷 워치’와 함께하면서 다양한 장점들도 물론 많았지만 반면 아쉽고 개선되어야 할 상황도 분명 발생하였다. 아직 초기 베타테스트 기간이긴 하지만 진동 기능의 오작동, 점자의 오탈자 문제, 터치 시 점형이 멈춰 버리는 문제, 작동하지 않는 셀이 발견되는 점, 앱과 워치 연동의 불안전성, 배터리 연속성의 아쉬움 등은 구입을 망설이게 할 만큼의 중대한 기능적 문제이기에 오류를 수정하는데에 고심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활용될 다양한 앱의 개발( 간단한 답장 문구 전송, 알림의 저장 및 삭제기능, 헬스 기능 및 GPS기능, 스피커 탑재)와 일반 시계줄과의 호환성 등의 추가 기능 등은 이제 시작인 ‘닷 워치’의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함과 아울러 시각장애인들의 워너비로서 ‘닷 워치’의 성장일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알림을 점자로 확인할 수 있어서! 오류가 발생해서! 시계로서 내 손목에 있어서! 모든 날이 좋았던 ‘닷 워치’ 사용기를 이만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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