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보는 사람들

안녕하세요. 저는 dot에서 일하고 있는 정희주입니다.

저는 dot의 비전과 방향성에 공감하여 이곳에 오게 되었지만 사실 시각장애인분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어요. dot에 와서 처음으로 시각장애인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하였고 함께 생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점, 궁금했던 점 등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저의 옆자리에서 일하는 박인범님을 소개합니다. 인범님은 태어났을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신 선천성 시각장애인입니다. 현재는 빛의 밝기 정도만 구별을 하시구요. 회사의 제품들을 실시간으로 피드백 해주시거나 팀원들의 궁금한 점을 바로바로 해결해주시는 dot의 핵심 인재입니다.

인범님 사진
인범님 사진

저는 궁금한 점이 생기면 가장 먼저 인범님께 여쭤보곤 합니다. 어제는 시각장애인들이 보는 색깔과 그림에 대해 여쭤보았어요. 시각장애인분들은 색깔을 어떻게 인지할까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어떻게 사물의 모양과 형태를 파악할까요?

우선 인범님은 자신은 색깔에 대한 개념자체가 모호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사람들이 이야기하길, ‘흰색은 뭉게구름 같은 느낌인데 이미지가 몽글몽글한 이미지야, 빨간색은 따뜻하고 뜨거운 느낌이고 파란색은 시원한 느낌이야.’ 라고 말해줘서 그런 추상적인 느낌만 가지고 있어요. 색깔의 개념은 있지만 들어서 아는 것이지 확실히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개념은 아니에요. 빛의 명암은 구별할 수 있지만 흰색과 검정색도 개념적인 느낌만 가지고 있어요.‘아주 밝은 색이 흰색이구나 아주 어두운 색이 검정색이구나’같은 느낌만 있지 ‘흰색’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없습니다.”

학창시절 미술을 좋아하셨냐는 질문에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림보다는 찰흙을 이용한 미술을 더 좋아하셨다고 대답하셨어요. 덧붙여 설명해주신 부분이 저에겐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3차원의 물체를 어떻게 2차원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 생각에 비시각장애인은 평면으로 된 입체 이미지를 TV나 책에서 많이 접하잖아요. 그래서 구도나 입체를 2차원의 면에 표현할 수 있으신 것 같아요. 저는 물체를 만져서 느끼고 배우기 때문에 3차원의 물체는 3차원에서 존재할 뿐이에요. 탁구공을 그린다고 하더라도 동그라미만 그리고 축구공을 그린다고 하더라도 동그라미만 그려요. 사람들은 제 그림을 보고 제가 그린 것이 구인지 원인지 알 수 없을 거에요. 2차원과 3차원을 표현하는 방식이 제겐 어려워요.”
인범님께 사람을 한번 그려주실 수 있냐고 부탁드렸더니 조금 어려워하시면서도 차분히 그려주셨습니다. 하지만 몸통은 정말 그리기 어려워하셨어요. 머리 속에 몸통에 대한 이미지는 있지만 그걸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시네요.

인범님이 그린 얼굴 그림
인범님이 그린 얼굴 그림

연필을 잡을 일이 거의 없어 연필을 잡는 자세조차 어색해 하셨던 인범님. 하지만 그림은 정말 잘 그리시지 않았나요? 인범님께서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흥미가 많지 않아 유난히 그림을 어려워 하는 부분도 있다고 하시면서 재능 있는 친구들은 작품 활동도 하고 전시회도 한다고 알려주셨어요.

펜을 잡고 그림을 그려보는 인범님
펜을 잡고 그림을 그려보는 인범님

저도 며칠 전 다녀온 시각장애학생 미술작품초대전 “마음으로 봐주세요”가 떠올랐습니다. 전맹인 학생부터 저시력인 학생까지 여러 맹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연습하여 1년간 만든 작품들을 소개한 자리였어요.

마음으로 봐주세요 입구 사진
마음으로 봐주세요 입구 사진

학생들은 찰흙, 물감, 스티로폼, 판화, 석고 조각, 데칼코마니, 나뭇잎 찍어내기, 에어캡 찍어내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작품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마음속의 추상적인 이미지를 표현한 그림부터 장래희망을 자세히 그려놓은 작품들도 볼 수 있었어요. 시각장애인들은 그림을 잘 못 그리거나 표현을 하기 어려울 거라는 편견. 그리고 그 편견을 멋지게 깨준 학생들. 학생들은 제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행복, 꿈, 계절 등을 표현했고 그 작품들을 통해 학생들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부디 장애가 그들의 꿈을 가로막지 않길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번 보실 수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시각장애인분들이 느끼는 색깔과 그림, 작품 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던 부분과 너무 다른 부분이 많고 개념이 생소해서 저도 인범님께 같은 질문을 세네번이나 했어요.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도 흥미롭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다음번 포스팅도 재미있는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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